◇ 시인과 시(현대)

김중식 시인 / 황금빛 모서리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10. 05:00

김중식 시인 / 황금빛 모서리

 

 

뼛속을 긁어낸 의지의 代價

석양 무렵 황금빛 모서리를 갖는 새는

몸을 쳐서 솟구칠 때마다

금부스러기를 지상에 떨어뜨린다

 

날개가 가자는 대로 먼 곳까지 갔다가

석양의 黑點에서 클로즈업으로 날아온 새가

기진맥진

빈 몸의 무게조차 가누지 못해도

 

아직 떠나지 않은 새의

彼岸을 노려보는 눈에는

발 밑의 벌레를 놓치는 遠視의 배고픔쯤

헛것이 보여도

현란한 飛翔만 보인다

 

代價(대가): 대신할 '', ''

黑點(흑점): 검을 '', 점찍을 '' 태양의 광구에 존재하는 영역으로, 주변보다 낮은 온도를 지니 면서 강한 자기 활동을 보이는 영역. 대류가 이르어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표면온도를 지니고 어둡게 보인다.

彼岸(피안): '', 언덕 '' 산스크리트어 파람(param)의 의역어. 강 건너 저쪽 언덕이라는 뜻 |으로 세속 세계를 뜻하는 차안(此岸)에 대해 종교적 이상의 경지, 깨달음의 세계를 의미한다.

|遠視(원시) '', ''

飛翔(비상): '', 빙빙 돌아 날 ''

 

 


 

 

김중식 시인 /

-파리 떼

 

 

파리는 잘 안다

알아서 길 수 밖에 없었던 출신 성분과

알아서 기었던 전력을

구더기 시절을

파리는 기억하고 있다

삶이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똥통에서 견디기 내지 버티기라는 것을

또는 반쯤 내지 완전히 썩은 태평성대에서

소시민의 명랑한 투정처럼 앵앵거리기라는 것을

파리는 잘 안다

.

 


 

김중식 시인

1967년 인천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1990문학사상아직도 신파적인 일들이등 몇 편의 작품이 추천되어 시단에 등단. 현재 경향신문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집으로 황금빛 모서리(1993), 울지도 못했다2018, 가 있음. 산문집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