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박규리 시인 / 굽은 화초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16. 05:00
박규리 시인 / 굽은 화초
베란다 화초들이 일제히 창을 향해 잎 뻗치고 있다 그늘에 갇혀서도 악착같이 한쪽을 향하고 있다
바라는것 오직 한가지인 생활은 얼마나 눈물겨운가
눈이 없어도 분별해내는 밝음과 어두움
단단한 줄기 상처로 굽힐 줄 아는 마음
등 굽은 화초, 휘어진 마디마디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집 배어 있다
박규리 시인 / 갓꽃 피기 전에
그대는 내 새끼다 내 속으로 낳아, 피 묻은 탯줄 내 이로 끊은, 끝없는 절망 끝에서 뒹굴다 뒹굴다 내가 품은 넋이다 서러운 사랑이다 고양이처럼 울부짖으며 쏟아낸 빛나는 어둠이다 가라 그대는 가라 맨발로 갓꽃 피기 전에. 골백번 혀를 깨물어도 내 그대를 사랑한 적 없으니 죽어도 죽어도 허리춤에 다시 꿸 핏덩어리, 내 새끼야 갓꽃 필라, 어여 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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