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강초선 시인 / 화 석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19. 05:00

강초선 시인 / 화 석

 

 

그것은 분명 꽃이었다. 돌이다 나비다 잎새다

돌이 숨을 쉰다고

돌이 꽃이라고, 꽃이 돌이라고

돌이 붉은 피를 흘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돌은

콧구멍이 없다 입술이 없다

없다 없다 얼굴이 없고 팔다리가 없는

 

돌은

침묵하기 위함이다

돌이 침묵하는 것은

단지 눈뜨기 위함이다

 

돌이

눈뜨는 것은

오랜 상처의 무늬 위

꽃을 피우기 위함이다

 

돌이

꽃을 피우는 것은

들숨 날숨 사이로 보이지 않는

정지의 한 순간을 잡기 위함이다

 

 


 

 

강초선 시인 / 풀

 

 

양지의 꽃들 환한 웃음

창 너머 불빛 퍼져갈 때

풀은

오늘도

혼자 울었다

 

그 울음 들판을 적실까봐

애기똥풀 놀란 잠 깨울까봐

풀은

속울음 몰래몰래 꺼내 울었다

 

바람머리 맞은 뽑히지 않는 파편

음지에서 음지로 웅크린 발가락

먹구름 천둥 속에서

울음이 키운 것은

제 몸보다 더 커진 가슴이었다.

 

 


 

강초선 시인

1955년 출생, 1997년 월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첫시집으로 <구멍>이 있다. 대구문협, 시협, 심상시인회 동인. 현재 대구불교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