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권천학 시인 / 중년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22. 05:00
권천학 시인 / 중년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병이 들고 싶어
풀섶 어디메쯤 가을 벌레 한 마리 기르면서 더듬이 끝으로 오는 새벽
찬란한 이슬로 맺혀 꽃의 심장을 무너뜨리는 햇볕에 찔려 아프게 죽으리니
이름만 들어도 향기로운 들꽃이고 싶어 떨려오는 바람결에 말갛게 살다가 시샘 없는 빛깔로 남아 꽃잎이던 기억마저 버리고 밤마다 승천하여 별이 되리니.
권천학 시인 / 넘치지 않음은-초록비타민 서러움 혹은 49
끝없이 넘어지며 뜨겁게 일어서는 바다
우리가 닿아야 할 푸른 시간들이 거기에 모여 출렁이고 있다
높이 높이 솟아오르는 꿈도 잠재우고 끓어오르는 혈압도 끌어내리고 낮게 낮게 속삭이며 때로는 불끈거리며, 절망할 줄도 알고 부서질 줄도 아는 바다
그러나 바다가 넘치지 않음은 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 몸을 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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