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주석희 시인 / 카사밀라, 카사바뜨요

파스칼바이런 2022. 10. 26. 05:00

주석희 시인 / 카사밀라, 카사바뜨요

 

 

붉은 태양을 건너기 위해 흰 투구를 쓰세요

같은 듯 다른 가면도 매우 괜찮습니다

 

욕망과 소유의 경계는 어디이며

건축과 예술의 경계는 어디입니까

 

미역 줄기가 널려 있는 발코니

파도 소리가 희게 부서지고 있는 그라시아 거리

 

어깨를 나란히 겨루는 거리의 명물

신비로운 공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지상에서 초승달까지 수직으로 열려 있는 거실이란

세계인의 이목을 잡아채는 부서진 타일의 스펙트럼이란

 

세기를 건너온 아름다운 방언을 봅니다

돌의 앙상블은 변화무쌍한 지중해식 바다 풍입니다

 

관념의 투구를 벗어 던지세요

질투와 시기심이 상상력의 극치를 불러올 수 있다면

 

신의 손을 대신해 빚어 진 영감의 호수라고나 할까요

밀라씨 집 옆에는 바뜨요씨 집이 나란합니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6월호 발표​

 

 


 

주석희 시인

1966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 (본명 주영숙). 계간 《포엠포엠》 2013년 겨울호에 〈이타적  언어〉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2019 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기금 수혜. 시인학교詩냇물 회원. 한국작가회의 詩분과 회원. 2015년 중봉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이타적 언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