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조명희 시인 / 땅끝해안도로

파스칼바이런 2022. 10. 26. 05:00

조명희 시인 / 땅끝해안도로

 

 

낚싯배가 있다 마늘밭이 있다

곳곳에 표지판이 있다

 

종착점이 있다 시발점이 있다 나는 그 사이에 박힌 현위치

미늘과 같아 빠져나갈 수가 없다

 

땅과 바다가 붙어있는

시작과 끝을 갈라놔야 하는

너와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땅끝수협이 있다

땅끝마늘된장찌개집이 있다

땅끝에서 보는 무인도와 땅끝에서 붉어진 홍가시나무와 땅끝에서 닦아내는

눈물과 땅끝에서 뱉어내는

 

이런 개빡치는 씨발

 

마늘도 쪽방에 들더라

땅속으로 파고들더라

세상에 이럴 수는 없더라 전복도 서로의 살엔 붙어먹지 않더라

 

그만

나 좀 빼주라

 

웹진 『시인광장』 2022년 6월호 발표​

 

 


 

조명희 시인

2012년 《시사사》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껌 좀 씹을까』가 있음. 2020 대전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2021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