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박영근 시인 / 꽃들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27. 05:00

박영근 시인 / 꽃들

 

 

공장 담벼락을 타고 올라

녹슨 철조망에

모가지를 드리우고 망울을 터트리다

담장 넘어 비로소 피어나는 꽃들,

흐르는 바람에/햇살 속에

 

어둠에마저 빛나는, 내가 아직도 통과하지 못한

어떤 오월의 고통의

맨얼굴

 

 


 

 

박영근 시인 / 절규

 

 

저렇게 떨어지는 노을이 시뻘건 피라면

너는 믿을 수 있을까

네가 늘 걷던 길이

어느 날 검은 폭풍 속에

소용돌이쳐

네 집과 누이들과 어머니를

휘감아버린다면

너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네가 내지르는 비명을

어둠 속에 혼자서

네가 듣는다면

아, 푸른 하늘은 어디에 있을까

작은 새의 둥지도

 

 


 

박영근(朴永根) 시인 (1958-2006).

1958년 전북 부안 출생. 1981년 『반시(反詩)』 6집에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 『대열』 『김미순전(傳)』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1994년 제12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