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윤제림 시인 / 매미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31. 05:00
윤제림 시인 / 매미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가 제일 오래 울었다
귀신도 못되고, 그냥 허깨비로 구름장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니 매미만 쉬지 않고 울었다
대체 누굴까, 내가 죽었다는데 매미 홀로 울었다, 저도 따라 죽는다고 울었다
윤제림 시인 / 백담계곡을 내려오며
1.
꼬리를 치며 따라붙는 여자 너 잘 걸렸다, 불알 밑에 힘을 돋우며 손목도 잡아보고, 쓸어안아도 가만있는 여자. 입에는 샛하얀 거품을 물고 쉴새없이 재깔이며 눈웃음도 치며 속치마도 잠깐 잠깐 내보이며 산길 이십 리를 같이 걸어내려온 여자.
2.
인간의 여자라면 마을길 이십 리쯤 더 내려왔을 텐데요. 그 여자는 한 걸음도 더는 따라오지 않습니다요, 못된 년, 망할 년 욕이나 다 나왔지만요. 내 탓이지요 뭐. 그녀의 말은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으니까요. 말도 안 통하는 사내 따라 나설 계집이 어디 있겠어요. 말귀만 좀 통했으면 집에까지 데려올 수도 있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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