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시인 / 찔레꽃 외 1편
이형기 시인 / 찔레꽃
찔레꽃 피고지는 이 언덕 이고개 혼자넘는 가슴에 함박눈 온다 가고없는 사람의 먼 그림자는 여름철 그윽한 찔레꽃 향기 설움도 잊었더라 이 모진 세파도 사랑하기 때문에 지켜온 순정 헤어지는 오늘은 혼자 가려네 찔레꽃 한아름 가득 안고 그대의 복을 빌며 돌아서는 날 눈 내린 자하문 추억의 터전 순정일로 외줄기 가고 또 가고 찔레꽃 피는 길은 끝이 없어라
이형기 시인 / 이름 한번 불러보자 박재삼
너와 나는 많이 다르게 살았다 너는 처음부터 전통의 결 고문 슬픔을 가다듬어 비단을 짰지만 나는 비틀비틀 갈지자걸음 마냥 어지럽고 위태위태하다 그러나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보냐고 이심전심 대수롭지 않게 지나다가 갑자기 네가 훌쩍 이승을 떠났고나 순서도 뭣도 깡그리 무시하고 그렇게 함부로 멋대로 가기냐 해봐도 소용없는 곳으로 실상은 내가 먼저 쓰러져 누웠지 문병 온 너를 속으로 부러워하면서 나는 중국으로 침 맞으러 떠났다 그새를 못 참고 더구나 내게는 기별도 없이 가버린 너 순서부터가 틀리지 않느냐 평생 시만을 써온 너의 그 계산법은 나도 시를 쓰지만 모르겠다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던 시 그것이 이제는 먹지 않아도 배부른 황금빛 종소리 또는 바람의 장미꽃이 되어 너의 무덤 위에 찬란하고나 이름 한번 불러보자 아아 박재삼! 이왕 갔으니 내 자리도 네 가까이 하나 봐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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