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이시영 시인 / 학鶴 외 2편

파스칼바이런 2022. 11. 6. 05:00

이시영 시인 / 학鶴

 

 

누구의 날지 못한 마음이

저토록 수많은 종이학을 접어 날렸나

깊은 겨울 이른 아침 매서운 칼바람에

창문을 고쳐 닫다가

아 저 눈밭에 가뿐 숨을 몰아대며 추락한

누군가의 아기학 아기학 아기학들..

 

-이시영시선집 『긴 노래, 짧은 시』(창비, 2009)

 

 


 

 

이시영 시인 / 듣는 사람

 

 

좋은 시인이란 그러므로

귀가 쫑긋 솟은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야

잉크 병 얼어 붙은 겨울밤

곱은 손 볼며

이 모든 소리를 백지 위에 철필로

꾹꾹 눌러쓸 것이다.

 

 


 

 

이시영 시인 / 나비가 돌아왔다

 

 

강변에 나비가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저것은 세계가 변하는 일이다.

 

 


 

이시영 시인

1949년 전남 구례에서 출생.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수학.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만월』 『바람 속으로』 『길은멀다 친구여』 『사이』 『은빛호각』 『우리의 죽은자를 위해』. 1996년 제8회 정지용문학상과 1998년 제11회 동서문학상, 지훈상, 백석문학상 수상. 창작과비평사 대표이사 부사장,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역임. 한국 작가회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