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문숙 시인 / 알밤을 고르며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1. 7. 05:00
문숙 시인 / 알밤을 고르며
벌레 먹은 밤을 골라내기 위해 몸에 난 구멍을 찾는다 단단한 저 몸에 왜 구멍이 생겼는지 중심이 허해서 안에서부터 생겨난 것인지 바깥에서부터 뚫린 것인지 반질한 껍데기를 보며 망설인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벌레의 알을 품고 있어 자신을 단단하게 여미는 일 제 숨통 조이는 일이라서 어쩌다 한 호흡 들이쉰 숨구멍이 바람구멍이 되었는지 제 속 다 빼앗기고 이제 먹거리도 될 수 없고 다음 생에 씨앗도 될 수 없는 벌레의 옷 한 벌이 되어버린 슬픈 몸
문숙 시인 / 홍시
너를 사랑하는 일이 떫은 맛을 버려야하는 일이네 물렁해져 중심마저 버려야 하는 일이네 긴 시간 네 그림자에 갇혀 어둠을 견뎌야만 하는 일이네 모든 감각을 닫고 먹먹해져야 하는 일이네 겉은 두고 속만 허물어야 하는 일이네 붉은 울음을 안으로 쟁이는 일이네 사랑이란 일생 심지도 없이 살아야 하는 일이네 결국 네 허기진 속을 나로 채우는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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