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호 시인 / 서귀포의 봄 외 1편
우원호 시인 / 서귀포의 봄
한반도의 봄은 제주도의 마라도 남단에서 시작된다
그 마라도의 들녘에서 살랑살랑 꽂바람이 물결친다
꽃바람은 이내 나비들이 된다
나비들은 이내 모두 종달새가 되어 아름답게 지저귀며 푸른 하늘 위로 높이높이 날아오른다
종달새의 무리들은 이내 하늘 위를 자유로이 떠다니는 구름들이 된다
구름들이 모여 가랑비로 내려
춘삼월에 초록빛의 대지 위를 촉촉하게 적시면서 더욱 짙게 물들이며 이내 용천수가 되어 흘러 흘러
서귀포의 시내를 가로질러 사시사철 맑은 솜반천과 함께 흘러 흘러
절벽에서 세찬 옥수가 떨어지고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곳, 천하절경 천지연폭포에 다다르고 거대하고 우아하게 낙하하는 폭폭수로 흘러내려
이내 깊고 깊은 천지연의 은어들로 변신하여 물속에서 활기차게 헤엄친다
이른 봄의 경치를 즐기려고 나온 상춘객들 눈 속에서 연못 속의 은어들은 이내 다시 화려하게 변신한다
낮과 밤이 거듭하며 아름답게 조화를 부리면서 산과 들엔 날마다 유채꽃들 샛노랗게 피어나고
진달래와 개나리와 벚꽃나무 꽃잎들로 피어나서 이내 꽃대궐을 이룬다
이렇듯 봄은 바람의 신神, 노토스(Notos)가 살랑살랑 꽂바람을 일으키며 꽃바람은 이내 나비들로 변신하고,
나비들은 이내 종달새로 변신하고, 구름들로 가랑비로 용천수로 폭포수로 은어들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은어들은 다시 대지 위에 아름다이 피어나는 유채꽃과 진달래와 개나리와 벚꽃나무 꽃잎들로 거듭하여 변신한다
마치 유랑극단 마술사의 신비스런 마술처럼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처럼
서귀포의 마을마다 서귀포의 도시마다
온통 봄의 신화로 들썩인다 온통 봄의 축제로 들썩인다
이내 봄의 화신花信은 북상하는 꽃바람을 타고 이내 전국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그리스 올림프스 산의 신화 속의 열두 신神들처럼
봄은, 그리고..... 사람들은 화사하게 반짝이는 햇빛과 살랑살랑 유혹하는 바람의 소마(蘇摩)*주酒의 향香에 흠뻑 취해 대자연을 목청 높혀 찬미하며
모두모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봄의 향연을 향유하고 이 계절의 변신을 즐긴다
이내 온세상은 지상에서 천국으로 변하면서 세상의 사람들은 봄의 축제祝祭를 만끽한다
註) 소마: 인도에서 예로부터 제사에 쓰던 술로 병을 고쳐 주고 수명을 연장해 주며 용기를 준다고 한다.
계간 『시와 사상』 2022년 여름호 발표
우원호 시인 / 서귀포 칠십리의 안단티노* 교향곡
마라도의 너른 벌에 샛노랗게 유채꽂들 만발하는 서귀포의 봄 여기가 정녕 어디인가? 여기가 정녕 지상인가? 천국인가?
하늘과 땅의 사랑인가? 매얌 다정스런 연인 같은 천지연폭포 여기가 정녕 어디인가? 여기가 정녕 지상인가? 천국인가?
하늘 나라 칠선녀가 무지개핓 구름 타고 내려오는 천제연폭포 여기가 정녕 어디인가? 여기가 정녕 지상인가? 천국인가?
하늘에서 하얀 비단을 드리우며 바닷가로 떨어지는 정방폭포 여기가 정녕 어디인가? 여기가 정녕 지상인가? 천국인가?
한반도를 밝혀주는 아침해가 떠오르는 제주 일경一景, 성산 일출봉 여기가 정녕 어디인가? 여기가 정녕 지상인가? 천국인가?
매양 이렇게 제주도의 서귀포는 절경일세 매양 이렇게 울려퍼지는 안단티노 교향곡
매양 이렇게 제주도의 서귀포는 축제라네 매양 이렇게 울려퍼지는 안단티노 교향곡
널리널리 온세상에 울려 퍼진다네 널리널리 희망차게 울려 퍼진다네 널리널리 아름답게 울려 퍼진다네 녈리널리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네
註): 안단티노(andantino): 음악에서 악곡의 빠르기를 지시하는 나타냄말.
계간 『시와 사상』 2022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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