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이수진 시인(소하) / 초심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1. 11. 05:00

이수진 시인(소하) / 초심

 

 

두려움 없이 두드린 문학

어설프게 쓴 시 한 소절도

부끄러운 줄 몰랐던 그때

마냥 배시시 웃음 지었지

언제였던가 사라진 미소.

 

시어에 밑줄 그어놓고서

여백에 시심 쏟아부어도

빗장 건 마음 풀리지 않고

실타래처럼 여기저기에

씨줄 날줄만 엮어놓는다.

 

 


 

 

이수진 시인(소하) / 들깨밭

 

 

비탈길 옆 자리잡은 땅뙈기는

강산골에 굽은 등 기다리고

밭 귀퉁이에 지팡이 짚고 들어선

어머니가 들깨를 끌어안는다

자신의 몸보다 더 웃자란

들깨를 끌어 안고 이리저리 부벼댄다

산그늘로 땀 쓰윽 닦아내고

골깊은 주름 사이에 보고픔 그리더니

기다란 몸뚱어리 내리치고

또다시 내리치면

파르르 떨던 아릿함마저 비명 쏟아낸다

가슴에 쌓인 알맹이들이 정에 사무치고

어깨에 앉은 그리움이 먼 곳 바라보다

미소 머금은 채 노을 속을 걷고 있다.

 

 


 

이수진 시인(소하)

상지대학교 경영학 졸업. 현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 전공. 아호 소하素河. 문학공간 시. 문학공간 시조 등단. 시집 <그리움이라서> <사찰이 시를 읊다>. 푸른문학신문 우수작품상. 빛고을 문예 백일장 대상. 도산안창호 글짓기 우수상. 정조‘효’ 백일장 차하. 신사임당백일장 차하. 진주철도이야기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