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려원 시인 / 돌 속의 사과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1. 15. 05:00
려원 시인 / 돌 속의 사과
꽃이 몸을 피웠어
사과를 먹다가 뱉은 씨
몸 속에 단단한 증표로 박혔지
씨의 연애법 난 그런 거 몰라
치렁치렁 잘 엮여가는
사랑
그까짓 거 바깥으로 차 버리면 되지?
망설이는 동안
붉음을 꿈꾸는 시간이 왔어
쪼개보면 오래 묵은
말
하얀 돌부리 위에
적어놓은 그 말 난 아직도 몰라
툭
떨어진다 몸의 바닥으로
-시집 <그 해 내 몸은 바람꽃을 피웠다>에서
려원 시인 / 윙컷
새는 제 허공을 잃어버렸다
- 계집애가 가방끈만 길면 뭐해! 아버지 말씀이 내 귀때기를 때렸다
나는 나와 수십장의 상장을 감나무 밑에 묻었다 여러 날 귀때기에서 바람 우는 소리가 들렸다
미역을 잡히는 대로 뜯었다 저울의 무게가 올라 갈수록 몸에 피어오르던 소금꽃
퐁퐁을 풀어 수십 번 미역냄새를 씻어도 내 몸에서 절망냄새가 났다
불쏘시개로 던져놓은 오빠 책을 감추어두고 오빠의 지문 위에 내 검지를 꾹꾹 눌렀다
사각사각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
-시집 <꽃들이 꺼지는 순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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