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명 시인 / 수탉 외 1편
이여명 시인 / 수탉
닭장 안에 암탉이 스물 둘, 수탉이 다섯 어릴 때는 모르더니 어른 닭이 되니 요놈 수탉 스물 둘 암탉을 차지하려고 싸움이 벌어졌는데 힘 있는 수탉 한 놈이 힘없는 수탉 꽁무니 쫓아가며 뒤통수 쪼아대는데 하루도 아니고 보는 대로 쪼는데 힘없는 수탉 넷 대가리에 피가 낭자하다 암탉들은 낮달 보듯 보는 둥 마는 둥 이 일은 수탉들만의 일 주인양반 닭장 바깥에 서서 힘을 보태는데 저 놈 수탉 고루 나누어 하면 되겠는데 어째지 힘 모아 한 놈 수탉을 치면 되겠는데 어째지 저 닭대가리 같은 놈 일대일로만 알고 있으니 어째지 저 놈부터 먼저 잡아야겠는데 어째지 주인 헛힘만 보태는데 하루에 물을 몇 통 비우는 놈 물을 사료보다 더 많이 먹는 놈 저 놈 보다 계란이 더 비싼 놈
맞은 편 번식우 축사에는 첫 발정 온 암소들끼리 붙어 올라타느라 어린 뿔때기가 빠졌다는데
이여명 시인 / 한 마리 쥐와 입을 벌린 둥지
요즘 남자들, 쥐 한 마리씩 포켓스퀘어처럼 찔러 넣는다 주머니도 쥐 한 마리 집어넣기에는 안성맞춤 꼬리가 앞뒤 둘 달린 대부분 흰쥐들인데 꼬리 일부가 악서사리처럼 살짝 나와 한번 잡아당기고 싶은데 그러나 꼬부라지며 다시 파고 들어가 그 끝을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여자들, 또 새둥지를 하나씩 목에 건다 그네처럼 매달려 오락가락 닭둥우리 내려온 듯 소구유가 뜬 것 같이 하늘의 흰 달이라도 받을 듯 공손하게 입 벌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나 무엇이 담겨있는 것을 본 사람은 없다고 한다 계란꾸러미같이 주름을 엮어 만든 것 막 바다로 띄우는 흰 돛단배 같은 꾀꼬리 날아가고 흔들리는 빈 둥지 같은 것
그러다가 쥐를 꺼내어 입을 막고 쥐 하루속히 제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남자들, 날아가고 없는 빈 둥지로 입을 봉하고는 꾀꼬리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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