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최연수 시인 / 서성거리는 발코니

파스칼바이런 2022. 11. 23. 05:00

최연수 시인 / 서성거리는 발코니

 

 

여기는 옆집의 옆집으로 존재하는 그림이야

 

몇 호?

 

주소를 말하는 건가 크기를 말하는 건가

 

확장한 실내를 외부로 읽어도 될까 오늘은 확장이 되질 않아

 

물러설까 다가갈까

 

지붕이 없었어 빗속을 뛰던 슬픔은 울어도 표시가 나지 않았어 그때는

 

원경으로 소원을 보낼게 함부로 젖지 않는

 

날씨를 열어놓아도 돌아올 답을 기대하지 않는 나는 유리일까 풍경일까

 

골몰한 창은 질문만 골똘해

 

메아리 없는 파장은 늘 같을 것도 같은데

 

온전히 가볍지 않아도 도무지 물들지 않을 것 같은 훗날들

 

그러나 문득 바람을 들일지도 모를 손이야

 

왼손의 마음을 오른손도 모를 수 있잖아

 

나를 너무 믿지 말아줘

 

안이라 믿는 순간 밖

 

난간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해둘게

 

웹진 『시인광장』 2022년 7월호 발표

 

 


 

최연수 시인

2015년 《영주신문》 신춘문예 및 2015년  《시산맥》 당선. 저서로는 시집으로 『안녕은 혼자일 때 녹는다』(상상인, 2021)와 평론집 『이 시인을 조명한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