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림 시인 / M은 진행 중입니다 외 1편
이효림 시인 / M은 진행 중입니다
1층은 2층을 찾습니다 M은 옥상을 희망합니다 M층은 망설이다 설탕을 뱉습니다
궁리는 중독입니다 계단은 팽창하고 있습니다
화살표는 계단을 타고 몇 번 주인을 갈아입고 혼자 걷는 피아노는 미래를 쭉 내밀고 길어집니다
일요일은 선생을 통과합니다
2층 그림은 진행 중입니다 그림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피아노는 라라를 생각하며 지붕을 날아갑니다 짧은 혀는 긴 혀를 상상합니다 물리학은 비약비약 약진하는 중입니다
물고기는 휴지를 따라갑니다 사과는 뱃머리를 따라갑니다 2층은 상징을 따라갑니다
계속 진행 중인 발가락을 오늘은 따라 가볼 일입니다 한결같은 오후는 슬픕니까 M층은 한결같이 우유를 흔들어 먹습니다
민들레는 들레들레 노란 역사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시고 떫고 새까맣습니다
진행은 진행만 생각하고 머리는 전진만 우아합니다 오늘은 발가락만 따라 가볼 일입니다
-『현대시』2019년 12월호
이효림 시인 / 건조한 나무가 자정을 풀어 놓는다
훅 여자가 어둠을 밀어보는 것은 사방을 열기 위해서다 갑자기 죽어버린 틈을 비상구로 끌어낸다 어떠한 위문도 닿지 않는 나무토막, 불탄 거리와 엮여있다 반납되지 못한 시간에 물을 준다 옥상이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썩은 줄 모르는 이름을 발견한다 햇빛이 들이치자 이름은 얼른 구석방의 울음을 바꾸어 은하를 건다 이제 역사관 문을 닫습니다 흘러넘치는 제국이 몇 개의 구호를 담장에 붙인다 죽었다고 다 역사는 아니라고 단명한 왕족이 문장을 흔든다 단칼에 쓰러진 풀들이 열사적 몸짓으로 달려온다 헤어진 가족처럼 침묵이 오열한다 잠시 유영하다 죽어버린 날개상어의 기억이 기어 나온다 상어와 나의 조상이 나란히 걷는다 음악과 물결이 식욕을 일으킬 때 밑천이 들어난 역사가 관을 빠져나간다 간결한 우울이 웃음을 수습한다 쏟아진 꿈은 깊고 신비롭다 말라빠진 불빛이 계단을 기웃거린다 붉은 모란을 동반한 전생이 페르시아 순회를 마친다 다음 순서는 택배로 도착하는 아프리카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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