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선우 시인 / 꽃, 이라는 유심론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1. 28. 05:00
김선우 시인 / 꽃, 이라는 유심론
눈앞에 열 명의 사람이 잘빠진 몸매로 웃고 있어도 백 명의 사람이 반짝이는 선물을 펼쳐 보여도 내 눈엔 그대만 보이는
그대에게만 가서 꽂히는 마음 오직 그대에게만 맞는 열쇠처럼
그대가 아니면 내 마음 나의 핵심을 열 수 없는
꽃이, 지는, 이유,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2012)
김선우 시인 / 목련 열매를 가진 오후
목련꽃을 사랑하는 이에게 목련 열매를 마저 보여주어라
꿈지럭거리며 허물 벗는 무섬증 같은
여러개의 심방을 가진 심장, 분열하는 붉은 열매를 찢고
꽃이 사뿐 날아오를 때
꽃을 기억하는 사람의 꽃이 아니라
꽃이 기억하는 열매까지 보여주어라
꽃으로 보여주어라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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