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박주하 시인 / 오늘의 사랑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1. 28. 05:00

박주하 시인 / 오늘의 사랑

 

 

저 해는 서산을 넘는 연습을 했던 모양이다

 

어릴 적 엄마를 기다릴 때는

걸음이 느리더니

이젠 미끄러지는 공처럼 빠르게

넘어간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또 해를 놓쳤다

 

붉디붉은 눈으로 어두워지는

오늘 저 석양은 누구의 기분일까

 

 


 

 

박주하 시인 / 눈물을 마시는 나비

 

 

아마존의 어떤 나비는

거북이의 눈물을 빨아 먹는다지

그 눈물을 모았다가 암컷에게 선물한다지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짠맛

너에게 준 짠맛은 소문이 되었지

소문을 헹구다가

안개의 옆구리에 매달려 울었지

뼈아프게 살고 싶어졌지

염분을 만들지 못하는 나비가 되기로 했지

산에 가면 산새

물에 가면 물새가 되기로 했지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기로 마음 먹었지

 

-작품집 『눈물을 마시는 나비』,《들꽃》에서

 

 


 

박주하 시인

1967년 경남 합천에서 출생.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6년 《불교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항생제를 먹은 오후』와 『숨은 연못』 『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가 있음. 2006년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