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민서 시인 / 사각의 적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2. 2. 05:00

김민서 시인 / 사각의 적

 

 

아프가니스탄에 큰 모래바람이 일었다

아침 식탁에 앉은 우리는 연일 모래알을 씹었다

나라에 큰 빚이 있었고 나는

매일 이력서를 썼다

지방검찰청을 수시로 드나들던 남편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혈맹을 조직한

아들은 무기를 사 모았다

아무런 지령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딸에게

나는 낳아 준 적 없는

성씨가 다른 오빠들이 수시로 교신했다

 

모든 교차로의 밤을

바이더웨이가 빛으로 점령했을 때

깊은 밤 돌아온 우리는

텔레비전 앞에

모니터 앞에

플레이스테이션 앞에

핸드폰 앞에

 

배후를 알 수 없는

저 친교의 테러 앞에 읍한다

 

-시집 <내 안으로 그대 속으로>에서

 

 


 

 

​김민서 시인 / 울타리

 

 

어떤 이는 나를 보고 목련 같다 했다

 

어떤 이는 잠자리 날개 같다 했다

 

또 어떤 이는 나를 보고

배추 속잎 같다 했다

 

저 말의 울타리에 갇혀 살았다

 

-시집 <내 안으로 그대 속으로>에서

 

 


 

김민서 시인

서울에서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졸업. 2008년 계간 『시작』 제6회 신인상 당선을 통해 등단. 현재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요르단 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 시집 <내 안으로 그대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