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시인(안동) / 버티고vertigo 외 1편
박용진 시인(안동) / 버티고vertigo
파티마 삼거리가 지워진다 폭설로 밤은 멈춘 생장점을 맴돌고 열차를 놓친 피난민처럼 달구지 밑 등걸잠을 청한다
웅웅대는 응급실 전등 소음 사이 의문사한 친구와 죽어 가던 아이를 분쇄하고 싶었다 장례식장 떠돌던 일이 옻 오른 좁쌀 뾰루지로 바늘겨레가 된 팔에서 피고 몸은 천근으로 무거워지고
[잠깐만요 전할 게 있습니다 여기서 쓰는 언어는 단순함입니다 [미루어]는 그만 쓰면 좋겠습니다 그저 야생에서나 쓸 소통 같아요 해독 불능의 문양만 늘어놓아요 이상 마칩니다]
신이 뭐라 했나 생각할 틈 없이 살라, 또 속았어 잊힐 것을 집어낸 거 중력으로부터 경고를 무시한 프로메테우스를 찾고 싶은
탄 재 날리는 오늘 끝 버티고 버텨도 늘어 가는 상실 진창의 이유를 묻다가 나는 늘 죽어가
밤하늘 까마귀 떼에 묻힌 먼 열차 소리 찾으며 불면을 함께한다
-시집, 『파란 꽃이 피었습니다』, 천년의 시작, 2021,
박용진 시인(안동) / 파란 꽃
너를 불러도 묵묵부담이었지
쳐다보며 부끄러워지고 파잔* 뒤의 코끼리처럼 무기력해지고
입을 여러 번 휑궈도 부서진 영혼에 대해 할 말은 뱉기 어려워
꽃을 핀다면 믿습니다만 피는 파란색인가요
빈 젖 사이 뒤척이는 아이
모두의 장례식장을 시작할 때 입니다
*파잔 phajaan - 코끼리를 길들이는 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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