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참 시인 / 운동회 외 1편
김참 시인 / 운동회
나는 바닷가 마을에 살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을엔 안개가 자욱한 날이 많았습니다. 짙은 안개를 헤치고 나는 학교로 갔습니다. 학교에 가는 동안 안개는 서서히 걷혔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를 따라 교문으로 들어가니 운동장엔 만국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나는 운동회를 하다 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강아지풀과 토끼풀을 밟으며 나는 냇가로 갔습니다. 냇물에 발 담그고 해질 때까지 피라미들과 놀았습니다.
김참 시인 / 천장에 붙어있는 커다란 눈
나무의자가 있는 그 집 마당 위로 햇빛이 환하게 쏟아진다 날씨가 너무 좋아 집에 있기는 싫었는지 그는 이불을 밀치고 일어나 옷장을 연다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뒤적이며 콧노래를 부르는데 옷과 옷 사이에서 검은 박쥐 한 마리가 튀어나온다 그는 너무 놀라 방바닥에 덜컥 주저앉는다
창 밖으로 빠져나간 박쥐를 따라 정신없이 돌아가던 그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래진다 창고 옆 나무의자에 유령처럼 앉아있는 여자를 보고 그의 심장 뛰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둥글게 휘어진 나무들 아래로 바람이 불어가며 떨어진 낙엽들을 감아올린다
그는 하얗게 질려 방바닥에 쓰러진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니 창 밖은 캄캄하고 하늘엔 붉은 별들이 둥둥 떠다닌다 그는 간신히 일어나 집안의 창문들을 잠그기 시작한다 화장실과 목욕탕 사이의 창문과 거실 구석의 작은 창문까지 모두 잠근다 방으로 돌아와 밖을 살펴보니 창고 옆에는 빈 의자만 남아있다
방바닥에 누워 이불을 덮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일어나 마당을 바라보니 창고 옆 나무 의자에 누군가 앉아있는 것 같다 그는 현기증을 느끼며 방바닥에 주저앉는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진정시킨 후 조심스레 잠을 청하지만 천장에 붙어있는 시퍼런 눈이 휘둥그래지는 그의 두 눈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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