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이상윤 시인 / 봄이 아름다운 것은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2. 3. 05:00

이상윤 시인 / 봄이 아름다운 것은

 

 

봄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피어서가 아니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그 찬란한 꽃 위에

나비가 앉아서도 아니다

 

입김만 닿아도 그냥 후, 하고

날아갈 것만 같은 봄이

 

이렇게 백년을 기다린 사람처럼

지독하게 아름다운 것은

 

꽃보다도 나비보다도

그리움이 먼저 오기 때문이다

 

 


 

 

이상윤 시인 / 그러나 울지마라

 

 

새처럼 일찍 눈뜨고 바라보는 아침 해가

쓸쓸함으로 다가오는 나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아프게 살아온 날들이 그리운

그리움이 되는 나이

 

주위에서 바람막이로 살아가던 어른들이 죽어가고

그 소식을 편지처럼 읽는 나이

 

애태우며 키워 온 자식들의 뒷모습에서

아직도 마음이 가난해지는 나이

 

죽어서도 당신 곁에 누워야 편할 것 같다는 그대 말이

마지막 눈물이 되는 나이

 

그래서 우리 아름답게 살아야 할 남은 날들이 찬란한

슬픔이 되는 나이

 

그러나 울지 마라

 

외롭고 쓸쓸한 인생길이 그래도 이만큼 살만하고

눈물 흘릴 수 있도록 아름다운 것은

 

우리에게 추억처럼 지닐 수 있는

가시 같은 아픔 몇 개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이상윤 시인

1969년 경북 경산 출생, 국민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광영고등학교 재직, 2013년 《시산맥》 신인상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