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미승 시인 / 어떤 적요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2. 11. 05:00

김미승 시인 / 어떤 적요

 

 

저녁이 발효되고 있다

 

아흔 두 살 할매의

쭈그렁

응시

 

무슨 빛나는 소원 하나 있어

별들은 저리 욱신거리나

구구절절 욱신거리나

 

영원에서 도착한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 계단을 오른다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 만들어낸

생의 면면들,

 

거친 어둠도 닦고 닦으면

닳고 닳아

별이 되지

 

깍개등 벼랑 위

고독이 둘러앉아 피우는

향기

 

 


 

 

김미승 시인 / 시지프스 신발들

 

 

스마트한 스마트폰 속에는

혹시 내일이 숨어 있을까

뒤적뒤적,

방부 처리된 원죄를 읽어 내리는

지하철 안

 

무엇을 살다 왔을까

분주한 신발들과

떨고 있는 신발들

 

봉우리에 끙끙 끌어 올려놓은

파워풀한 하루의 돌덩이,

밤새 안녕할까

눈을 뜬 채 꿈을 꾸고 있는

 

바닥은,

저토록 가파른 절정

이토록 무등한 정점이다

 

 


 

김미승 시인

전남 강진에서 출생. 광주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9년 계간 《작가세계》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 시작.  저서로는 시집  『네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익어 가는 시간이 환하다』 와 청소년소설 『세상에 없는 아이』 『저고리 시스터즈』 『검정 치마 마트료시카』 동화 『잊혀진 신들을 찾아서, 산해경』, 『상괭이와 함께 떠나는 다도해 여행』, 『서방바위와 각시바위』, 『소곤소곤 설화모리』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