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인숙 시인 / 일용할 양식에 낚이다

파스칼바이런 2022. 12. 13. 05:00

김인숙 시인 / 일용할 양식에 낚이다

 

 

가령, 이라는 말과

예를 들어서, 라는 말을 즐기는 내가

우리말 겨루기에 나섰다

사람들은 늘 제각기 제 부피보다 넓은

정답과 오답을 넉넉히 가지고 있다

이 오답과 정답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므로 꼬인 문제는 누구의 입을 낚을 것인가

낚시 바늘 같은 입이 게임을 끌고 간다

튀어 오른 질문이 투명한 소리를 내고

항상 숨겨온 비밀처럼

나는 목청을 돋우며 ‘정답’을 외친다

내 몸집보다 부풀 것인가

아니면 더 작게 쪼그라들 것인가

힘껏 던져도 깨어지지 않는 입술,

정답과 오답들이 가지런히 박혀있는 입속

물음표를 거꾸로 던져놓고 끈기 있게 기다리는 나는

틀리면 예를 들었다 우기며

물음표를 아삭아삭 깨물어 먹는다

꼬이고 꼬인 문제들이 더 맛있는 법

항상 나의 입 언저리에 묻어있는

가령과 예를 들어가며 풀어놓는 난제들

찰나의 속도로 정답을 찾아 먹어야 하는

일용할 지식주의자가 된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8월호 발표​

 

 


 

김인숙 시인

성신여자대학교와 同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석사. 2012년 월간 《현대시학》 신인작품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먼 훗날까지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가 있음. 제6회『한국현대시인협회』작품상 수상. 제7회 열린시학상 수상. 2020년 제5회 『한국문학비평학회』학술상, 2020년 제18회 서초문학상, 2021년 제7회 『시사사』작품상 수상. 관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겸임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