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최서인 시인 / 도다리 쑥국

파스칼바이런 2022. 12. 15. 05:00

최서인 시인 / 도다리 쑥국

 

 

봄이 되면 먹으러 가자

너의 봄과 나의 봄은 사촌지간

어릴 땐 가족 같았는데

 

그날의 기분을 이해해

찰나의 순간은 아이와 같지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아이의 첫 번째 거짓말

도다리 쑥국

 

먹어본 적 없는 맛

무슨 맛인지 알 것 같은 맛

먹을 때 마다 납득하게 되는 맛

 

잡초들이 무성하게 뒤돌아볼 때

파르르 떨리는 약속

향긋한 강박이 일 이 삼 사 숫자를 세는 동안

봄이 지나 간다

 

대청소나 이사처럼 묻는다

도다리 쑥국?

딱지에 손가듯 대답한다

올봄엔 먹으러 가자

 

해소와 해방은 다른 거라서

매번 묻고 싶다 도다리 쑥국

네가 웃을 때마다 멀어지는 도다리 쑥국

 

수화기 너머로 비릿한 봄이

뿌옇게 피어오른다

 

 


 

최서인 시인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 2011년 제3회 천강문학상 수필 우수상 수상. 2012년 울산공업센터지정기념 공모전 소설 대상 수상. 2014년 김유정신인문학상 시 당선. 시집 <시인하다> <삼국유사 대서사시-사랑편>. 문학동인Volume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