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박연숙 시인 / 당신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2. 19. 05:00

박연숙 시인 / 당신

 

 

산.

너는 최고가의 작품

정상이 있어 도전 의식을 갖게 하는

 

바다.

너는 평온한 아침

계급이 없어 모든 사욕 내려놓고

 

때로는 산을 찾았고

때로는 바다를 찾는

 

당신은

나의 푸른 언덕...

 

 


 

 

박연숙 시인 / 내 이마를 찾아 온 사람, 예티

 

 

 바닥이 필요해요. 떨어지다가 멈추고 나면 끝없이 자라는 중이란다 엄마는 말하죠. 이마가 뜨거워요 손톱 끝에서 제라늄이 어지러워요 나는 자라는 걸까요. 안심하긴 이르죠, 여기선 목소리가 희고 등 뒤엔 눈사태가 따라다니죠 좀 더 빨리 추락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덜컹대는 얼음침대는 붙박이, 다리가 묶며 피하지 못해요. 눈과 얼음의 숨바꼭질이 깨지 않아요, 나는 악몽에 휩쓸려 혼자 크는 사람 바닥이 나를 받아볼까요

 

 눈꺼풀에서

 내 몸에 갇힌 만년의 얼음이 흔들려요

 나는 시큰둥한 걸까요

 체온을 재느라 바람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요

 등이 추운 이들 이름 부르고

 그 이름 바깥에서 내 발자국과 비뚤비뚤 놀았죠

 나는 나를 들키게 될까요

 추-워,

 제라늄이 제각각 다른 얼굴로 흘러 내려요

 폭설은 나의 잠으로 쏟아지죠

 눈을 감는 것은, 추락을 완성하는 아찔함인가요

 어제 아침 또는 그 이전의 까마득함

 나는, 아직도 자라는 걸까요

 

-계간 『시와 사람』 2012년 봄호 발표

 

 


 

박연숙 시인

경기도 이천에서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6년 《서시》를 통해 등단. 시집 <‘흐르는 물은 시간의 게스트하우스다>. 현재 계간 <서시>의 편집장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