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선주 시인 / 울어는 봤나?
파스칼바이런
2022. 12. 23. 05:00
김선주 시인 / 울어는 봤나?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보고 눈이 부시게 울어는 봤나? 이 창백한 지구에서 무한한 우주를 보는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슬픔이 사무쳐 절절하게 울어는 봤나? 맑게 흐르는 냇물에 단풍잎 기우는 걸 보고 강물처럼 울어는 봤나? 그 물이 나를 적시고 가는 게 그리움처럼 절절하여 단풍처럼 붉어지도록 울어는 봤나? 이제 막 피어나는 꽃 한 송이에 혼을 빠뜨리고 앉아 한없이 울어는 봤나? 뽀얗게 얼굴 내민 그 꽃이 가슴에 문을 열고 햇살처럼 쏟아져 들어올 때, 눈부시게 울어는 봤나? 창망한 우주의 먼지 같은 행성에서 시간과 존재를 바라보는데,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이 나를 꽁꽁 묶어 깊은 샘물에 빠뜨려 버릴 때, 존재의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샘물 같은 눈물로 울어는 봤나? 슬픔이 사무쳐 아픔이 되도록 숨이 막히게 울고 난 뒤, 텅 빈 사막에 고아처럼 버려진 내가 외롭고 서러워서 여름 장마처럼 울어는 봤나? 인고의 시간을 떠돌다 한 시인의 손끝에 툭 걸려 피어난 문장, 그 한 구절이 도둑처럼 가슴을 치고 들어와 영혼을 흔들 때, 그 떨림으로 밤새 울어는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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