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미나 시인 / 약비에 대한 반가사유 외 2편

파스칼바이런 2022. 12. 28. 05:00

김미나 시인 / 약비에 대한 반가사유

 

 

몽골 노파는 약비 부르는 방법을 안다

 

저 기마부족 우두머리인 노파

겨울보다 날카로운 손톱과 발톱을 지닌

봄을 나기 위해

대바늘 비녀로

말의 종아리를 깊숙이 찌른다

그 피를 흰 천에 받아 놓으면

비가 내린단다

 

그날 밤, 통증을 앓은 말 울음소리

그 피의 언어만이 초록대지를 부른다지

 

톡톡, 마구간을 두드리는 비

멀리서부터 걸어왔는지

편자 신은 발목이 부어있다

몽골의 봄비는 말 모양으로 온다

아니, 말 발굽으로 온다

몽골 사막을 적시며

노파가 사는 게르 움막으로 온다

 

노파의 대바늘 비녀 끝, 비린내가 났다

풀이 그러하였다

 

* 약비: 꼭 필요한 때에 내리는 비를 이르는 말.

 

 


 

김미나 시인

서울예술대학교 휴학중. 2015년 진주가을문예 시 당선. 제39회 세종날글짓기대회 1등. 제2회 김수영청소년문학상 대상. 2019년 여수해양문학상 1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