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효근 시인 / 멸치똥 외 1편
복효근 시인 / 멸치똥
똥이라 부르지 말자 그 넓은 바다에서 집채만한 고래와 상어와 때깔도 좋은 열대어들 사이에서 주눅들어 이리저리 눈치보며 똥 빠지게 피해다녔으니 똥인들 남아 있겠느냐 게다가 그물에 걸리어 세상 버릴 적에 똥마저 버렸을 터이니 못처럼 짧게 야윈 몸속에 박힌 이것을 똥이라 하지 말자 바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늘 잡아먹은 적 없이 잡아먹혀서 어느 목숨에 빚진 적도 없으니 똥이라 해서 구리겠느냐 국물 우려낼 땐 이것을 발라내지도 않고 통째로 물에 넣으면서 멸치도 생선이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적마다 까맣게 타들어갔을 목숨 가진 것의 배알이다 배알도 없는 놈이라면 그 똥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들어낸 자리 길고 가느다란 한 줄기 뼈가 있겠느냐 밸도 없이 배알도 없이 속도 창시도 없이 똥만 그득한 세상을 향하여 그래도 멸치는 뼈대 있는 집안이라고 등뼈 곧추세우며 누누천년 지켜온 배알이다
복효근 시인 / 봄 . .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눈매가 고운 여의사 . 내 고관절 앞쪽 침 자리를 고르며 팬티를 살짝 들어 내린다 . 움찔하는 사이 . 커튼 사이로 창 밖 목련 몇 송이 들여다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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