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시인 / 꿈길 외 2편
김현식 시인 / 꿈길
내가 가는 모든 길은 꿈길
진찰실로 가고 있다 병실로 가고 있다 꿈길로 가고 있다
태연하고 전혀 상관치 않는 가로수들이 졸고 있는 국도를 간다 지방도를 간다 꿈길을 간다
언덕 위에 꼬막집이 있는 조용한 시골길을 간다 소박한 식사를 할 수 있는 할매식당이 있는 시골길을 간다 꿈길을 간다
인생의 도반과 함께 가는 길은 모두 꿈길
처음 가보는 길도 가끔 다니는 길도 자주 다니는 길도 모두 꿈길이 된다
요사이 새로운 꿈길이 하나 더 생겼다 학생 때 헤어진 후 아직까지 만나지도 못한 옛 친구를 찾아가는 길이다
-시집 {꿈길}, 도서출판 지혜
김현식 시인 / 그리운 친구들
김병현,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초등학교 4학년 6반 2인용 책상에 나란히 같이 앉았던 순박하고 마음 좋았던 친구, 점심시간이면 나는 그의 도시락 반찬 묵은 김치를 좋아했다 한여름에도 새콤하면서도 시디 신 묵은지는 바로 그의 따뜻한 마음씨였다 5학년으로 올라간 후에는 다시 보지 못했다 정말 보고 싶은 친구다
강대석, 아마 초등학교 5학년 7반이었으리라 하교 때는 자주 같이 가곤 했다 가는 길에는 미니골프장이 있어 우리에겐 신기한 구경거리가 되곤 하였다 그러다 2학기 때 그는 부모님을 따라 대구로 전학을 갔다 그후로 다시 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궁금하고 그립다
-시집 {꿈길}, 도서출판 지혜
김현식 시인 / 사미인곡(思美人曲)
알아보지 못하였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그를 세월에 묻혀 왜소해진 그를 알아차리지 못하였네 예고없이 내 앞으로 성큼 다가서는 사람, 이상한 사람이라 여겼네 원래 사람기억을 잘 못해 어디에선가 스쳐간 사람이리라 여겼네, 태산이, 준령이, 동네 야산이 되어 서 있었네 인고의 세월이 깎아내린 무수한 파편들이 돌무덤처럼 쌓였네
-시집 {꿈길}, 도서출판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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