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우 시인 / 필必 외 1편
채상우 시인 / 필必
꽃이 피어나려 한다 죽은 새가 이틀째 가만히 있다 움직이질 않는다 꽃이 피어나려 한다 울지 않는 새가 소파에 차분하게 누워 있다 버려진 소파는 버려진 줄 모른다 버려진 줄 모르는 소파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꽃이 피어나려 한다 한쪽 다리가 부러진 탁자가 허공을 딛고 서 있다 허공이 단단해지고 있다 꽃이 피어나려 한다 화분이 깨지고 있다 깨지고 있는 화분이 깨지려는 화분을 꼭 붙들고 있다 이젠 더는 만나서는 안 될 이름을 불러 본다 속이 맑아진다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고 있다
-시집 「必」 2021 파란
채상우 시인 / 백일몽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모여서 밤새 술을 마신다
술은 귀신의 것이다
다시 하루를 더해 술을 마신다
꿈속에서 나는 여태 살아 있었다
-시집 {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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