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시인 / 왕바랭이
이유정 시인 / 왕바랭이
저마다 제 목숨값으로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지만 잡풀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들은 혈기 왕성할 때 우지끈 뽑혀 내동댕이쳐진다
한여름 가뭄에 몸을 단련한 왕바랭이는 마를수록 단단해지는 뿌리를 땅속에 감춘 채 손과 손을 맞잡고 영역을 넓힌다
이제 허리만큼 자란 왕바랭이와 맞대결을 해야 한다 샅바를 감아쥐듯 허리춤을 붙잡고 몸을 바싹 밀착시킨다 손끝에 기를 모아 왕바랭이를 잡아당긴다 툭, 몇 가닥 줄기 끊어지는 소리가 나를 떠밀친다
꼬리를 끊어 버릴지언정 쓰러지지 않을 오기로 마디마다 뿌리를 내렸으리라 지금 던져진 한 줄기 가느다란 뿌리로도 촉을 뻗고, 몰래 꽃을 피우고, 서둘러 또 씨앗을 맺겠지
언제 어디에 던져져도 살아남을 독오른 생애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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