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이우근 시인 / 구멍 난 양말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3. 1. 23. 05:00

이우근 시인 / 구멍 난 양말

 

 

쑹쑹 뚫린 것이 뒤꿈치 양말뿐인가

상징적인 현실이고 직설이다

그곳에 바람 불고 비 내린다

여미며 달래며 꿰매며

먼 길 다독이며

아프다 말하지 못하고

저 아래에서 분쇄되는 각질,

그래도 한때

피부였다고

처지를 탓하지 않고,

소임(所任)이 소임(小任)이 아니라

대임(大任)이었다

사는 것이 대업(大業)이었다.

 

-시집 <빛 바른 외곽>(선)에서

 

 


 

 

이우근 시인 / 나무 1

 

 

저 불타는 묵언

뿌리 깊은 정진

지상과 하늘 순간이동의 기능성

혹은, 가능성

멀리 보는 마음

시들지 않는 무욕

바람의 악기, 그 농현

하늘에 맞댄 그 높이를

사람으로선 결코 감당하지 못한다.

 

 


 

이우근 시인

경북 포항에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7년 《문학·선 신인상》 등단. 시집으로 『개떡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