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철 시인 / 긴 사랑 외 2편
나해철 시인 / 긴 사랑
내가 그 여자를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고 어젯밤 아내가 말했습니다 소리없이 웃었던가요 쓸쓸한 일이지요
처자 있는 사람이 젊은 여인과 친구가 되어 연인이 되어 그 시절을 견디었지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던 때였던가요
참담한 고통과 지극한 기쁨이 따가운 햇살과 서늘한 그늘처럼 함께했지요 불같이 뜨겁고 얼음처럼 차가웠던가요
가을은 가고 또 오는데 귀 밑에 늘어난 흰빛과 먼 하늘 바라보는 그림자 데리고 아직껏 길 위에 서 있네요
나해철 시인 / 어떤 이별
죽어서 헤어지는 것 보담 살아서 한 이별은 대수롭지 않아 라고 말하지 마오 살아서 한 이별 때문에 죽기도 하니 죽어야 진정으로 끝나는 이별도 있으니
나해철 시인 / 내 마음 쪽배
마음을 부수어 쪽배를 만듭니다 마지막 아름다운 기억 하나 떼내어 돛으로 답니다 거칠고 막막한 바다를 차라리 깃털처럼 가볍게 떠갑니다 텅 빈 쪽배가 슬픕니다만 그래도 저 끝까지 흔들리며 갑니다
-詩集(文知詩人選ㆍ171)『긴 사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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