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려시 시인 / 오래된 물감 외 2편
황려시 시인 / 오래된 물감
냄비가 죽었다 벌떡 뛰던 뿔돔의 꼬리가 수상했어 지느러미도 화가 나 있었거든 널브러진 냄비는 뚜껑이 열린 채 목격자가 누군가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울진 앞바다는 죽은 냄비로 가득하다 비릿한 육즙이 흘러내리지 나는 남친을 바꾸기 위해 세 개의 냄비를 더 주문한다 뿔 달린 돔을 부른다 "추가요" 너무 흔하게 만났던 불꽃은 아직 젊고 보란 듯이 안에 있는 것은 붉고 냄비가 죽어간다 내장을 비운 채 납작하게 안녕, 세 개의 냄비쯤 죽이기 좋은 날이지 입단속을 한다 우리는 헐렁하게 울진을 걷는다 아직 오늘이 되지 못한 걸음들, 다음에 보자 그냥 편하지 다음이란 말은 딱 부러지지 않아서 너는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지느러미를 질질 끌고 걷는다
냄비가 또 불을 뭉치고 있었다
황려시 시인 / 먹구름
너무 무거우면 울어버리지 뭐
황려시 시인 / 개불알꽃
황구黃狗는 좋겠네 꽃 달고 다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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