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오대교 시인 / 물동이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3. 3. 20. 05:00

오대교 시인 / 물동이

 

 

십리 길을 걸어도

물 한 방울 안 흘리시던 어머니

출렁이는 물을 이고서

출렁출렁 잘도 걸으셨다

강물도, 바닷물도, 사람 마음도

출렁거리지않는 게 어디 있더냐

다스리며 사는 거여

한 걸음 한 걸음 조신하면 되는 거여

이놈의 가슴은 왜 이리 또 출렁대는지

치마끈 질끈 동여매시던 손길

어머니의 물동이는

늘 잔잔한 샘물로 가득했다

 

-시집 <윽신윽신 뛰어나 보세> 중에서

 

 


 

 

오대교 시인 / 새물내

 

 

젊어서 맡은 내음이라 했습니다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산다 했습니다

 

사내란

다 그런다 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님 이야기냐고 묻자

 

아니다

네 어미가 빨아준 옷 이야기다

 

고개를 저으셨지만

속으론 끄덕이시는 것 같았습니다

 

 


 

오대교 시인

1952년 전남 함평에서 출생.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젊은 시절, 시에 몰두했지만 오랫동안 문학을 떠나 살다가 2009년 계간《시와사람》을 통해 문단에 데뷔. 현재 조선대학교여자고등학교에 재직. 시집 『윽신윽신 뛰어나 보세』, 『새물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