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최대남 시인 / 거리두기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3. 3. 23. 05:00

최대남 시인 / 거리두기

 

 

중천에 뜬 해도

어둡다

 

거리두기 시간이 길어졌다

 

우리들의 사이

당신과 나의 사이

행복과 불행의 사이

삶과 죽음의 사이

사랑과 이별의 사이

 

그 사이에 거리가 있었구나

 

겁 없이 넘나들던 아스라한 그 거리

 

부딪쳐 붉은 꽃 같은 피가

우수수수

꽃잎처럼 흩날릴지라도

나, 지금

당신께 달려가고 싶다

 

한 아름 눈부신 꽃이 되어

허기진 우리 틈을 채우고 싶다

 

당신

보고 싶다

 

 


 

 

최대남 시인 / 사랑하기

 

 

아직도

어디선가 사랑이

찾아오는 거라 믿는가

바람처럼 꿈처럼

깃털처럼

그렇게 오는 거라 아는가

 

사랑은

마름질 하지않은

투박한 원단

 

성실한 재단사가

확신의 가위질을 하고

믿음으로 박음질할 때

비로소 몸에 붙는 의상이 되듯

 

놓여있는 한 뭉치의 원단에게

당신과 나

성실하고 솜씨 좋은

재단사가 되어야 한다

 

확신의 잣대로 깊이를 재며

수를 놓고

다림질하여

한 벌의 옷을 만들어 가는 일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사랑하기

 

 


 

최대남 시인

충남 대전 출생. 건국대학교 졸업. 1992년 <시맥> 동인지 <노래여 순수여> 발간. 1992년 시집 『 아내의 일기』 출간,  그밖의 시집으로  『사랑아 너 내게 오려거든』,  『나는 너를 믿지 않는다』가 있음. 1997년 <창조문학> 신인상 수상. 현재 강북문화대학 시낭송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