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현 시인 / 지하주차장, 지하 외 4편
2018년 <시와 세계> 신인상 당선작 김덕현 시인 / 지하주차장, 지하
모르는 사람들이 거기에 서 있다 무단횡단, 카카오앱을 켠다
볼 수 없는 저녁이 카카오 택시를 불러요 택시는 사라지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검은 바코드는
좌표를 찾을 수가 없다 어디라고 해야 하나 '콜' 나도 모르는
처음 맛보는 리모콘을 줄까 혀는 입맛대로야
말을 걸어 본다 채널을 꺼낸 내 발목이, 손목이 혼자 남는다
나를 잃은 중심은 깜박이는 좌표, 방향이
두리번거린다 사방은 뉘우치고 여기가 시작이야, '깜깜' 거울 앞 나는
김덕현 시인 / 검은 바코드
졸음이 쌓아올린 오후, 엄마의 귓바퀴를 흘러내린 나의 밀어들이 진흙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깔린 잠속, 깨진 거울 조각이 중얼거리고 호흡이 헐렁해진다. 시커먼 십자가, 내리는 비, 자라난 꼬리는 교회 종을 죈다. 심박 그래프,
혀를 잘라낸 중환자실, 폭염으로 솟구친다. 뉴스 "신은 죽었다" 가롯유다의 찬송가 피어나는 밤의 해는 건국대 병원 지나, 죽은 창견創見의 걸음마로 하루가 쏟아진다.
사선의 우울은 으르렁거렸다 반말이 쏟아지는 무당의 붉은 입술 속, 여인의 바코드는 지워지고 식은땀 비, 딱딱한 하늘, 북두칠성을 걷는 남쪽을 바라보며 눈사람 하나 눈빛이 쌓였다.
김덕현 시인 / 체인지
계속 바뀌는 소리들을 만났다. 띄엄띄엄 걸어오는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눈은 내부 수리 중, 수리중인 문장들이 비명을 쫓아 다녔다. '그'가 비명을 토해내는 얼핏 수술실을 본 것 같다. 귓바퀴를 빠져나가는 바람을 들을수가 있었다. '무슨 일이지?' "산부인과로 가세요" 나는 재생된 눈동자로 지워 지는 너를 본다. 햇살이 흘러가는 프로포폴속 덧칠한 가면이 다 바스러진다. 누군가 노래를 부른다. 비명들이, 흉터들이 바닥에 젖어있고 수술실엔 무표정한 핀셋이 실을 뽑고 있었다. 표정은 빈 테두리만 남아 문장들을 애도하며 팻말을 내리고 있었다.
김덕현 시인 / 넌, 어디 갔니?
걸을 수가 없었다. 서있는데, 발목이 담겨 있지 않아서, 골목은 너에게 말했지 단단하지 않다고, 이리저리 미끄러져 있다고 너는 말했어,
문장을 찾는 발자욱들이 여태, 고여 있어서 문장들은 창백했다. 골목,골목은 텅 비어 있어서, 담벼락에 위험한 발들이 흔들리다가,
하나씩 밟히다가, 쌓아올린 발밑은 이리저리 일그러진 발자국소리, 기억나지 않았다. 문장들은 커지고
아주 커다란 나무여서, 가만 있어봐!' 발밑이 지나간다. 골목은 바람을 따라 자꾸 넘어지는 그곳 네가 왔는데,
김덕현 시인 / 부서지며 미끄러지며
그냥 걷는다. 해일이 밀려온다. 누가 이렇게 검게 적시고 있을까 두터워지는 섬뜩한 등줄기
나를 스친다. 해일을 만나려 한다. 해일은 여기저기 흩어진다. 깨진 거울조각으로 새들은 튕겨져 오른다. 어디선가, 부서진 이빨 끝에서 네가 날개옷을 입고 춤을 출 때도 그랬다.
파랑주의보를 꺼내든다. 해일이 달려온다. 그칠 줄 모르고 자꾸 부서지고 주저앉는다. 해일 위에서 검은 얼굴들이 새를 쫓아 일어서고
'그럴 때마다 흔들리지 말아야해'
냄새를 풍긴다. 해일이 부서진 방향으로 사라지는 오래전 죽기 위해 너는 왔구나
나를 멈출 수 없도록 누가 나를 어지럽게 하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