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성 시인 / 최소한 두 개의 젖 외 1편
김홍성 시인 / 최소한 두 개의 젖
어머니의 젖은 둘이다 그것은 최소한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두 개의 큰 젖을 가진 하얀 소를 인류 모두가 받들어모셔야만 하는 신들 중의 신으로 대접하고 있다
내 젖은 퇴화되었다 수컷들은 자식들에게 젖을 주지 못한다 아무리 빨아도 서러움만 묻어나는 두드러기에 불과하다
자식들은 그래서 엄마한테만 매달린다 엄마라는 것은 엄연한 생존이다 엄마에게 매달리지 않고는 누구도 살 수가 없다
송아지들은 엄마의 젖을 주둥이로 쑤셔가며 빤다 애비는 없어도 살지만 엄마 없이 살았다는 자들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만일 엄마 없이 살았다는 자가 있다면 거기엔 왜곡이 있다 그에게는 엄마가 더욱 절실했다는 이야기다
여동생들은 자식을 잘 길렀다 쌍둥이를 낳은 동생은 진짜 엄마다 인간에게 두 개의 젖이 필요한 이유를 확인시켜주었다
두 개의 젖을 가진 어떤 여자도 아직 퇴화하지 않았다
여덟 개, 열 개...... 그만큼 많은 젖을 가진 돼지나 개나 쥐들을 동물 또는 짐승이라고 비하하지 말자
우리는 결국 같은 것이라고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새끼도 애처롭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새끼도 먹여 살릴 수 없다 나는 아직도 어미젖을 탐하는 어떤 새끼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세상은 살아봐야 한다 사내든 계집이든 어미젖 빨고 자란 어떤 자식도 살아봐야 하는 거다 나무에 매달린 열매는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슬프고도 아름답지 않은가 이 짧은 순간 어떤 젖에 함께 매달려 이렇게 살고 있는
-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문학동네, 2022)
김홍성 시인 / 구비구비 넘던 인생길
연약한 꽃들이 아무 시련 없이 피었다면 향기진한 꽃이 피었을까요
여린 풀잎은 쓰러져도 꿋꿋이 다시 일어서듯이
아득하기만 하던 인생길 세상의 모진 풍파가 없이 험난한 삶의 밭을 어찌 일구었을까
구비 구비 넘던 가시밭길과 같았던 인생길도 뒤돌아보면 힘든 그때 그 시절이
별빛처럼 그토록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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