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이경철 시인 / 봄이 오는 소리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3. 4. 11. 05:00

이경철 시인 / 봄이 오는 소리

 

 

마른 땅 붉은 먼지 적시며툭, 툭, 탁, 탁

비 내리는 소리

살가워라

산에 들에 어린 식구들

밥 넘기는 소리

 

참새들 부리로

오동통한 꽃망을 쪼면

발갛게 터져나는 꽃 소리

환해라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마른 가슴에 물꼬 트는 소리

 

-<시와시학>, 2010. 겨울)

 

 


 

 

이경철 시인 / 가파도 보리밭길

 

 

햇볕이따가운 만큼

가파도의 시원한바다 바람을

숲에안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거침없이 불던바람이

갑자기 멈추니 신나게춤추던

보리들이 가는허리를 내세우고

하늘로 솟아 오를듯 몸을 일으킵니다

폭포처럼 섬을 채우던

흔들리는 소리가사라지고

보리밭길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교요함에 발자욱을 새겨봅니다

청보리밭사이 사이

알록달록한 비단옷따라

가파도 돌담길 옆을 걸어봅니다

 

 


 

이경철(李京哲) 시인

1955년 전남 담양 출생. 동국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중앙일보 문화부장. 1989년부터 《현대문학》, 《한국문학》 등에 다수의 현장비평적인 평론 발표, 2010년 《시와시학》으로 시인 등단. 저서로는 『천상병, 박용래 시 연구』 『미당 서정주 평전』 등과 시집 『그리움 베리에이션』 등이 있음. 현대불교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인산시조비평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