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진 시인 / 목숨 외 2편
장수진 시인 / 목숨
일생에 한 시간 천사가 될 수 있다면
날개는 한 권의 책일지 모른다
일생을 나방 같은 존재로 살아왔다면
미움을 받게 되겠지
빛을 삼켜봐 북회귀선을 두 동강 내며 날아온
작고 예쁜 너의 목숨을
장수진 시인 / 눈이 오네, 당신의 이름은 바보들 음음음 다가오네 조금조금 얽힌 얼굴 눈을 감으면 녹아내리는 한 방울의 몸 덧붙이기 어려운 감정과 전체 최선을 다해 눈을 감으면 말들이 후루럭 후루럭 날아오르지 모처럼 상상을 했지 괴물이 아닌 동물을 동물이 아닌 사물을 중력을 범주 아래로 미끄러지는 부사들을 제발......... 그러나......... 요컨대.........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려고 했지 타인의 손을 훔쳐 간 작자는 관광지의 식당에 앉아 그 손으로 백반을 먹으며 털 저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근육과 피의 온기를 느꼈지 뛴다 어처구니가 없었지 잠자코 앉아 있다니 주어진 것을 음음음 하다니 맛이 있네 없네 갔네 하다니 괴물은 왜 괴물일까 눈은 왜 눈이고요 누군가 이따금 불 꺼진 주방에서 별을 튀기는 이유는 도둑인 줄 모르는 도둑은 참으로 아름답지
장수진 시인 / 가수의 공연이 있는 밤의 식당
비가 내린다 아무도 젓지 않는다
식민지의 노래가 흐른다
검붉은 화장을 한 가수가 내게 술을 권한다
옛날을 그리워하지 마세요 기타는 부서졌고 우리는 늙었지만 밤새 춤출수 있어요 박수를 쳐줄게요 세상을 떠난 연인에 대해 한 편의 시에 대해 밤새 이야기할 수 있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신선한 원두를 빌러와 따뜻한 커피를 내려줄게요 독한 술을 원한다면 당신의 잔에 태양을 빠트려줄게요 부드러운 술을 왼한다면 달디단 조각달을 띄워줄게요 당신이 원한다떤 식당의 문을 계속 열어둘게요 인제라도 돌아와 이 노래 속에서 짐들 수 있도록 노래를 멈추지 않을게요 당신이 원한다면 거리의 소음이 되어줄게요 당신이 울수 있도록 당신의 귀가 당신의 울음올 듣지 못하게 내가 더 크게 울게요 당신이 원한다면
-시집 『그러나 러브스토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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