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손상호 시인 / 내 것

파스칼바이런 2023. 4. 18. 05:00

손상호 시인 / 내 것

 

 

가슴에 손을 넣고 잠든

어매 품이 내 것이었는데

잃어버리고 잠 못 이룬 몽당연필,

내 것이었는데

강 건너 마을의 그 아이,

내 것이었는데

사랑할 때 이쁘다 처음 알게 된 꽃과

이별 다음날부터 흐려온 하늘,

내 것인 줄만 알았는데

찢긴 문풍지 같은 세상을 지나갈 때는

바람이고 싶어도

우는 소릴 내서는 안된다

그런 운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내가

내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손상호 시인

1957년 경북 상주에서 출생. 1993년 오사카 대학 대학원 졸업(반도체물리학 박사). 2011년 대구문학(대구문협) 시부문 신인상. 2012년 《아시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14년 이해조문학상 수상. 현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