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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김대건 사제

김대건 성인 서한에 드러난 바오로 사상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21.
김대건 성인 서한에 드러난 바오로 사상

김대건 성인 서한에 드러난 바오로 사상

 

 

시대ㆍ환경 달라도 주님께 대한 오롯한 마음은 닮은 꼴

  

6일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이다. 사도 바오로의 해에 지내는 이 대축일을 기념해 김대건 성인의 서한에 드러난 바오로 사상을 정리해 보았다.

 

▲ 김대건 신부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조선의 복음화를 위해선

어떤 고통도 기꺼이 받을 것임을 강조했다. 사진은 김대건 신부 표준 영정.

  

모든 고난을 기꺼이

 

"우리로서는 우리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고 다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이것을 계획하고 있으니만큼, 조선에 들어갈 가능성만 있다면 무슨 위험인들 마다하겠습니까?"(1842년 12월 9일 중국 요동 백가점에서 스승 르그레즈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 선교사들의 조선 입국로 개척을 위해 엄동설한 중국 요동 벌판을 누비던 21살 청년 신학생 김대건은 스승에게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모든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다짐한다. 마치 사도 바오로가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내가 어떠한 경우에도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고,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지금도, 살든지 죽든지 나의 이 몸으로 아주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것입니다"(필리 1,20)고 한 고백처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모든 것을 투신하겠다는 결의가 드러난다. 사도 바오로와 김대건에게 있어서 선교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에 있어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직무를 '영의 봉사직'(2코린 3,8)이라고 고백했다.

 

묵주 기도를 수없이

 

"저는 홀로 의주에서 한 4km 가량 떨어진 아주 은밀한 산골짜기를 찾아들어 울창한 숲 속의 어두침침한 나뭇가지 밑에 몸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눈이 사방에 깊이 쌓여 산촌이 모두 하얗고 싸늘한데 밤이 되기를 기다리자니 너무나 지루하여 묵주 기도를 수없이 거듭하였습니다."(1845년 3월27일 조선 밀입국에 성공한 김대건 부제가 한양에서 입국 과정을 기록해 파리외방전교회 대표 리브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 김대건 부제는 한 겨울 압록강을 건너 의주에서 조선 신자들과 접선하기 위해 홀로 눈 덮힌 산 속에 숨어 지내면서 추위와 배고픔,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하염없이 묵주기도를 했다. 이 기도는 "내 마음의 소원, 그리고 내가 그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는 그들이 구원을 받게 하려는 것입니다"(로마 10,1)는 사도 바오로의 기도처럼 동족 구원을 염원한 간절한 기도였다.

 

몸은 허약하기 짝이 없어

 

"제가 할 일은 태산같이 많으나 몸은 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 마음은 간절하지만 한 일은 미미합니다."(김대건 부제가 1845년 4월 7일자로 한양에서 파리외방전교회 대표 리브와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 하느님의 능력은 인간의 허약함을 통해 완성된다. 김대건 신부는 사도 바오로가 앓던 고질병처럼 위장병과 허리 통증을 늘 안고 살았다.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2코린 12,9)는 바오로의 고백처럼 김대건도 자신의 질병 안에서 그리스도가 머무길 희망했다.

 

그리스도 힘을 믿습니다

 

"저는 그리스도의 힘을 믿습니다. 그분의 이름 때문에 묶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형벌을 끝까지 이겨낼 힘을 저에게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김대건 신부가 1846년 6월 8일 감옥에서 베르뇌ㆍ 매스트르ㆍ 리브와ㆍ르그레즈와 신부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 사도 바오로가 선포한 복음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내가 갇혀 있을 때나, 복음을 수호하고 확증할 때나 여러분은 모두 나와 함께 은총에 동참한 사람들입니다"(필리 1,6)는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김대건 신부도 자신이 그리스도 때문에 투옥된 것을 은총으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 김대건 신부 서한 곳곳에는 사도 바오로의 선교 정신과 그리스도 중심의 구원관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사진은 김대건 신부의 옥중서한.

 

우리 종교가 참되다

 

"여러분은 우리 종교가 좋고 참되다고 자백하면서 그 종교를 사교로 괴롭히고 있으니 여러분 자신은 자기 모순에 빠져 있는 거요."(김대건 신부가 146년 8월 26일 감옥에서 페레올 주교에게 보낸 편지에서)

 

- 김대건 신부는 자신을 신문하는 관리들의 이율배반적인 자기모순을 꾸짖고 있다. 마치 사도 바오로가 율법주의에 빠져있는 유다인 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상황을 보는듯 하다. 사도 바오로는 "죄가 여러분 위에 군림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율법 아래 있지 않고 은총 아래 있습니다"(로마 6,14)고 가르친 것처럼 김대건 신부도 관리들에게 자기 모순에서 빠져나와 가톨릭은 참 종교로 인정할 것을 훈계한다.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성교회 영광을 더하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와 의자가 됨을 증거하고, 비록 너희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주의 긍련하실 때를 기다리라."(김대건 신부가 순교 직전인 1846년 8월말 옥중에서 조선 교우들에게 보낸 마지막 회유문 내용에서)

 

-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와 결합된 삶은 교회 안에서 서로 격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무질서하게 지내는 이들을 타이르고 소심한 이들을 격려하고 약한 이들을 도와주며, 참을성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대하십시오. 아무도 다른 이에게 악을 악으로 갚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서로에게 좋고 또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을 늘 추구하십시오"(1테살 5,14-15).

 

바오로의 권고처럼, 김대건 신부도 교우들에게 마지막 유언으로 서로 사랑으로 참으며 격려할 것을 당부했다. 여기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결합되고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체험할 것을 강조한 사도 바오로와 김대건 신부의 공통된 그리스도론을 발견할 수 있다.

 

[평화신문, 제977호(2008년 7월 6일),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