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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묵상글 모음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1)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29.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1)

루카복음 1,26-38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비천한 인간이 되시어 인간 존재가 겪는 고통스러운 삶을 온전히 사셨습니다. 하느님이시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도 당신 사랑을 표현할 수 있으셨을 텐데, 왜 굳이 이렇게 비천한 인간으로 태어나셔야 했는지요? 이 질문에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우리에게 “왕과 하녀”(The King and the Maid)라는 예화로 그 답을 들려줍니다.

 

옛날 어느 왕이 비천한 곳에 사는 어떤 하녀를 깊이 사랑하였습니다. 신분상의 엄청난 차이에도 왕은 그 하녀와 혼인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왕이 신하들에게 어떻게 그 하녀를 아내로 맞을 수 있을지를 묻자, 신하들은 왕의 권한으로 왕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하녀를 아내로 삼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왕은 자기가 그 하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 하녀도 자신을 사랑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 하녀를 왕국으로 데려와 아내로 삼을 때, 비록 겉으로는 왕의 아내이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왕의 비천한 하녀로 계속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왕이 얻은 결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전한 자유를 주려면 그와 똑같은 신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왕은 마침내 왕좌를 버리고 왕관과 왕홀을 포기하고 종의 남루한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궁궐을 나와 비천한 신분이 되어 하녀에게 가서 청혼을 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7)라고 하셨지요. 복음에서 마리아의 잉태 소식을 전하는 오늘은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사랑을 고백한 날입니다. 그 사랑의 고백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날이 우리와 똑같이 비천한 인간이 되신 성탄입니다.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 / 매일미사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