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이야기] (52) 107. 천사의 찬송<하>

by 파스칼바이런 2017. 3. 4.

[이상철 신부의 성가이야기] (52) 107. 천사의 찬송<하>

선율·가사 창작 의도에서 변형… 매년 영국 성탄 축제서 연주

평화신문 2017. 02. 19발행 [1402호]

 

 

▲ ‘천사의 찬송’ 선율에 가사를 붙였던 영국의 교회 음악가 커밍스.

 

 

107번 성가 ‘천사의 찬송’ 선율은 낭만 시기 독일의 작곡가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Bartholdy, 1809~1847)이 썼다. 1840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400주년을 기념해 위촉받아 만든 작품인 ‘축제노래’(Festgesang, ‘구텐베르크 칸타타’라고도 함)에서 비롯됐다. 이 작품은 두 개의 루터교 코랄을 포함해 모두 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두 번째 곡인 ‘조국이여, 당신의 땅에서(Vaterland, in deinen Gauen)’에서 사용된 선율이 107번 성가에 사용됐다. 이 성가는 1856년 처음 출판된 이후 여러 찬송가집에 수록되면서 계속 애창돼 왔다.

 

이 선율에 웨슬리의 가사를 붙였던 이는 1847년 런던에서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가 초연될 때 소년 합창단원으로 참여했던 영국의 커밍스(William H. Cummings, 1831~1915)다. 교회 음악가이기도 했던 그는 멘델스존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이 선율을 이용해 찬미가를 만들었지만, 사실 멘델스존은 애초에 이 선율이 성음악을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선율은 초연 당시 광장에서 두 개의 금관 합주를 반주로 약 200명의 남성합창단이 불렀다.

 

이에 대해 멘델스존은 “이 선율은 교회를 위한 음악으로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군인다운 절도감이나 쾌활한 여성 같은 모습이 있기 때문에 국가적인 행사나 결혼식과 같은 행사에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늘날 불리는 이 성가의 원어 가사는 실제로 웨슬리가 썼던 것과는 다소 다르다. 제목도 본래 ‘들으라, 선포자 천사의 노래를(Hark, the Herald Angels sing)’이 아니라 ‘들으라, 온 창공에 울려 퍼진다(Hark, How All the Welkin Rings)’였다. 제목을 바꾼 이는 웨슬리의 동료였던 화이트 필드였는데, 그는 몇 개의 단어를 더 바꿈으로써 애초에 웨슬리가 비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을 변형시켰다. 웨슬리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1780년 출판된 「찬미가들과 성시들(Hymns and Sacred Poems)」의 서문에서 그의 형 J. 웨슬리가 밝히기를 “나는 다른 이들이 그럴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나와 내 형제의 이 시들을 변형시키지 말고 그대로 둘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107번 ‘천사의 찬송’은 선율에 있어서나, 가사에 있어서 애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만들어진 역설적인 사실을 품고 있는 성가다. 그럼에도 성가는 오늘날 중요한 성탄 성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1918년 이후 매년 개최하고, BBC에서 중계하며 새 캐럴들이 발표되기도 하는 ‘캐럴 축제(Festival of nine lessons and carols)’에서 ‘옛날 임금 다윗성에(Once In Royal David‘s City)’와 함께 고정적으로 연주되는 캐럴이 됐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