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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5) 중독에서 회복의 길로 가는 24시간 집중하기 밑바닥에서 희망의 빛을 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01.01 발행 [1496호]
모든 이가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한 해 소망을 비는 2019년 1월 1일 첫날이 되었다. 중독이라는 문제로 삶을 자포자기하고 절망하는 분들에게 2019년을 새로운 희망의 해, 기쁨의 해로 축복하면서 단주, 단도박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 나의 능력과 이해와 설득으로는 불가능한 일임을 자주 시인하고 인정한다. 많은 분이 여러 가지 중독에서 벗어날 때 체험하는 소위 밑바닥 체험(Rock Bottom)을 나도 함께하는 것이다.
“하느님, 나는 더는 이 일을 못 하겠어요. 도망가고 싶어요” 하고 긴 한숨을 쉴 때도 많고 성체 앞에 앉아 한없는 넋두리로 늘어놓기도 하고, 자주 재발하여 폐쇄 병동 입ㆍ퇴원을 반복하는 대상자들에게 화를 내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늘 술과 도박에 의존해 있어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일조차 어려운 이들, 주치의가 “이제 술을 한 잔만 마셔도 당신은 죽습니다”라고 경고하여도 술잔을 드는 분들에게 어떤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신년을 맞이하는 축제 분위기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축복의 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말이 맞나? 하는 불편한 양가감정(兩價感情, 희망의 빛을 느끼면서도 좌절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감정)이 생각을 복잡하게 하곤 하였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지난해에도 단주와 재발을 거듭하다 결국에는 하느님 나라로 떠난 분이 계셨다. 그럴 때마다 치료자로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나의 한계와 약함에 죄책감을 갖기도 하고 사도직에 대한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나의 24시간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았음에도 알코올의존치료센터에서 낮 병동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거나 회복 중이신 분들에게 “24시간을 집중하라. 일상을 철저하게 유지하라”고 다그치기도 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느님은 양가감정에서 벗어나도록 늘 내게 힘을 주셨고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나는 순간들을 주셨다. 그래서 하느님은 나 자신의 밑바닥 체험을 통해 당신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듣게 하셨다.
치료센터에서 하루하루 단주하면서 회복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나의 새해 인사가 한결 가벼워졌다. “선생님 새해에도 단주하고 단주 생활로 새롭게 살아갑시다. 하루 24시간을 집중하도록 합시다.” 서로서로 하루하루 단주에 집중하면 이 첫날이 한 주간, 한 달,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인사로 축복의 나눔이 된다.
새해 첫날 그분들은 명상을 통해 다짐하고 나눔을 한다. “새해부터 나에게 무상으로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 것이다. 나는 보다 나은 삶을 향해 매일 하루를 준비할 것이다. 나는 더는 과거나 미래에 살지 않고 오직 현재 오늘 이 하루를 살 것이다. 나는 이제, 미래에 대한 모든 불안, 친절하지 않은 생각과 올바르지 않은 습관들, 내가 싫어하고 견디어내야 하는 것, 분노, 화, 좌절, 절망과 실망, 실패감, 우울감, 절망감을 묻어두고 떠날 것이다. 내가 가는 하루하루의 길에서 나는 자유롭게 새해의 하루하루로 전진할 것이다.”
다양한 중독 문제에서 자유롭게 되어 한 해를 열어가는 많은 분과 이제라도 중독의 고리를 끊고 싶어 시작하는 분들에게 먼 미래를 바라보지 않고 하루하루 24시간에 집중하면서 회복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하면서 기도드린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 전화 : 032-340-72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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