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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영화의 향기 with CaFF] (4) 퍼스트맨

by 파스칼바이런 2019. 1. 5.

[영화의 향기 with CaFF] (4) 퍼스트맨

무한한 우주로 향하는 인간의 도전과 고독

가톨릭평화신문 2019.01.01 발행 [1496호]

 

 

▲ 영화 ‘퍼스트맨’ 포스터. UPI코리아 제공

 

 

도시에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하늘을 올려다볼까? 까만 밤하늘을 밝히는 달을 몇 번이나 올려다볼까?

 

영화 ‘퍼스트맨’(First Man)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과 구소련 두 축으로 전 세계가 나뉘어 있던 냉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우주개발을 놓고 구소련과 경쟁을 하게 되는데,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있어 항상 기록을 내어주어야 했다. 결국, 미국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계획을 준비하는데 그것이 바로 ‘달’에 인류를 보내는 것이었다.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 분)은 그 당시 의학기술로 어린 딸의 뇌종양을 제거하는 데 실패하고 딸의 장례를 치른다. 딸을 잃은 슬픔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아내(클레어 포이 분)에게 그만 일터로 가야겠다며 힘없이 집을 나서는 닐. 이처럼 이 영화는 역사 속 영웅적인 모습이나 화려한 우주쇼를 보여주는 대신 한 인간의 드러나지 않는 내면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칼럼 주제로 선정하기까지는 고민이 필요했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을 바벨탑(창세 11,1-9)과 연관지어 신을 향한 도전이라고 말하면 지나칠 수도 있지만, 우주 탐사에 많은 돈을 쓰는 것을 기아와 같은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과 비교하면 무의미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에 허덕이는데, 백인은 달에 가려 하네’라는 영화에 나오는 노랫말이 그 사실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1960년대 첨단 과학의 산물이었던 거대한 기계장치의 끝에 몸을 싣고 이륙을 기다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극도의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긴장한 닐의 모습에서 동정심마저 느껴진다.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우주비행사들의 사고와 사망 소식. 또 달 탐사보다는 가난을 해결하라는 저항 운동의 목소리. 그 속에서 딸의 죽음으로 상처 입은 닐의 고독과 도전이 낱낱이 묘사된다. 이 영화를 보고 다시 궁금해졌다. 나약한 인간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을 끝까지 해내도록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감독은 이 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관객들에게 주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 포스터에는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열 것이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무한한 우주를 보며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응답하고 있는가 생각해 본다.

 

영화를 보고 나와 영화가 주는 여운 때문에 집으로 가는 버스를 바로 타지 못하고 조금 걸었다. 충무로의 빌딩 사이를 걸으며 올려다본 달이 내가 평소에 봐 오던 달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다. 달을 바라보며 현재 내가 서 있는 곳과 내가 가 닿으려는 곳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 그런 저녁이었다.  

 


 

조종덕 요셉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애니메이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