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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진 시인 / 총알
이것은 숨결의 끝부분 당신은 성에가 화산의 불구덩이에 끼는 순간을 경험한다. 사랑이 아니었다면 무엇이 우리를 통증 속에 나뒹굴게 할까.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논리가 가능하다면 아주 천천히 죽어가는 시간을 즐기는 것만이 뒤집힌 채 버둥대는 벌레들의 권리겠지.
지나간 것은 과거만이 아니다, 오지 않은 미래도 과녁 속에 갇힌 채 산산이 부서질 육체의 파편을 꿈꾼다. 그리고 통증은 타앙, 타앙, 떨어져나간 얼굴 위의 총성처럼 한참 후에나 당도할 것이다.
내가 너를 본다, 네가 나를 본다, 아주 짧은 찰나 아프지 않은 한 순간이 영원처럼 느리게 지나가는 것을 붙잡기 위해 우리는 더 빨리 서로의 몸에 날아가 박힐 것이다.
이것은 속도의 성기 있었다는 것의 흔적, 구멍, 죽음, 만개한 내장과 피범벅 네가 지금, 나를 뚫고 지나가고 있다.
월간 『현대시학』 2016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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