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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수 시인 / 그림자의 생존 방식
바람이 골짜기로 들어가 소멸하면 그리움으로 서성이다가 별빛을 따라 밤새 흐르는 안개의 뒷모습으로 환생하는 것인지도 몰라
선잠에서 깨어나면 꾸다 만 꿈이 어지러이 뒹굴고 있어 또렷한 어느 부분이 있고 기억해야 할 것만 같은 희미한 흑백의 어느 한 부분도 있어
거울을 들여다보는데 나는 거기 없었어 모르지, 거울 뒤에서 흐르고 있었는지 꿈과 의식의 중간쯤에 팔을 넣으면 말랑하게 만져지는 내 기억의 이면, 그러니까
죽음을 하나로 이으면 잃어버린 내 전생을 만나고 환생을 만질 수 있을까. 후회의 생으로 돌아가 예고된 삶을 되짚어 나를 앞서 펼쳐보는 예지몽을 해독할 수 있을까.
꿈은 땅속이든 물결이든 허공이든 넘나드는 의식의 부스러기 같은 것 실안개가 산 그림자를 따라 흐르듯, 나는 거울 밖으로 서럽게 흘러서 무엇으로 반짝이려 했을까.
선잠에서 깨어난 아침 남아있는 내 미래의 분량을 매끈하게 편집하는 행간 여전히 앞날은 눈부신 흑백.
웹진 『시인광장』 2018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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